지식의, 지식에 의한, 지식을 위한 블로그

나의 신변의 변화에 맞추어,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급작스럽게 부산을 내려간적이 있다.


미리 일기예보를 통해 비가 올것이다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부산에 비가 와봤자 얼마나 오겠냐고 방심을 했는데 이건 정말 이번 부산여행 나의 최대 실수였다. 부산에 도착하여 지인도 놀라고 부산사람들도 놀라고, 부산에 나오는 뉴스의 기승캐스터도 놀라더라. 어찌나 비가 쏟아지던지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거구나 싶었다. 근데 그게 하필 내가 부산여행을 5년여만에 간 날이라니...



예쁘고 멋진 바다풍경을 담고 싶었으나, (사진에는 담을 수 없었던) 미친듯이 불어대는 강풍 + 더 미친듯이 쏟아내리는 비 때문에 이런 모습의 해운대밖에 찍을 수 없었다. 이 마저도 해운대까지 왔는데 사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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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만에 온 부산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자, 지인은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엄청 맛있는 맛집을 데리고 가주겠다며 나를 설레게 하였다.


그러면서 초저녁즈음 나를 만나 데리고 간곳은 해목이라는 장어덮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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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왔는데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무언갈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마음과 장어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나의 또 다른 마음이 다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인은 이 집 장어덮밥이 그렇게 맛있다며 날 설득하였고 '그래 부산음식이야 내일 먹으면 되지(예를들어 돼지국밥 및 회)'라고 마음먹으며 지인을 따라 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해목이라는 장어덮밥집은 외부장면부터 범상치 않았다.


그래...! 이 집엔 뭔가 있다! 있어!



일본이 가까워서 이런 느낌을 낸건 아니겠지만, 어쨋든 일본느낌을 내려고 부단히 노력한 티가 났다. 내부 인테리어를 찍고 싶었으나 아직 블로거기질이 다분하지 않나보다. 너무 배가 고프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수다를 떠느라 내부 인테리어 사진을 따로 찍지 못했으나 그냥 전형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일본풍 다다미(?) 느낌의 식당이었다. 


들어가면 당연히 이락샤이마섀(?)라고 외쳐줄거라 믿었는데, 의외로 그냥 평범하게 어서오세요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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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난 소주=참이슬주의 이지만, 부산에서 내가 알기론 좋은데이가 더 유명하다고 알고있어서, 당연히 좋은데이를 먹을 줄 알았는데 지인이 의외로 대선이라는 소주를 알려주었다. 예전에 좋은데이를 먹어본 기억으로 솔직히 내 입맛에 맞진 않았기에 그냥 그러니저러니 먹어야지 했는데, 이 대선이란 소주는 참이슬하고 조금 비슷한듯 다른 맛을내며 참 맛있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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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한병 거의 다 비워갈만큼 쉼없이 떠드며 지인과 이야기 할 동안 드디어 이집의 메인메뉴, 장어덮밥이며 히츠마부시라 불리는 그것이 나왔다.



첨엔 옆에 병이 너무 예뻐서, 혹시 정종이 따로 나오는건가? 했다. (그정도로 난 일본무식자이다.) 알고보니 다시마 우린물이라고 했는데, 너무 차림새가 고급지게 나와서 흡족은 했다.




그리고 밥을 열어보니, 장어와 밥이 보였는데 솔직히 이때까진 가격+기대감에 비해 양이 너무 적어서 불쾌했다. 배가 미친듯이 고팠는데 고작 이정도라니... 이런 느낌?



음식을 갖다주며 직원이 처음 와보시냐로 시작하여 위에 맛있게 먹는법 4가지를 따로 적어놓은 메뉴얼을 보신적 있냐로 끝내며 그들의 메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솔직히 장어덮밥 하나 먹는데 왜이렇게 유난을 떠나.... 라고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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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명이 끝난 후 드디어 한 입 먹자마자, 난 언젠가 이 집을 블로그에 포스팅 해야할 것임을 운명적으로 느꼈다.


설명할 수 없는 맛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먹어본 장어덮밥이 부정당하는 그런 맛이었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 양이 조금 적어서 너무나 아쉽지만, 그 맛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 위에 먹는 방법에 대한 메뉴얼 중 세번째 방법(그냥 다시마우린물에 장어덮밥을 말아먹는 방법)은 정말 미친듯이 맛있었다.


내가 일본을 가본적이 없어서 일본에서 흔한 메뉴일지 모르겠다만, 확실한건 한국에서 먹어본 장어덮밥 중 최고다. 꼭 이 글을 보고 메뉴를 고민하는 부산여행자들이 꼭 가봤으면 좋겠다. 




해목(海木) 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