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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 꽃

NOTE 2018. 4. 3. 15:46

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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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에 발표되고 이듬해에 시집 『꽃의 소묘』에 수록된 김춘수의 시 작품.

이 시는 김춘수의 초기세계를 대표한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가 강조하는 것은 ‘꽃’이라는 사물과 ‘언어’의 관계이다. 시속의 화자가 말하는 대상은 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꽃은 감각적 실체가 아니라 관념, 말하자면 개념으로서의 꽃이다. 

따라서 이 시가 노리는 것은 ‘꽃이란 무엇인가’ 혹은 ‘꽃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해명이다.

꽃은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된다고 한다. 

즉, 꽃은 인간의 명명 행위 이전에는 단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유추되는 것은 그는 사물과 언어의 관계이다. 

1연은 명명 이전의 단계, 2연은 명명과 동시에 ‘꽃’이 존재한다는 사실, 3연은 ‘꽃’에 비유되는 ‘나’의 존재, 4연은 우리들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모든 사물들이 언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론적 세계를 노래하며, 이런 점에 이 시의 시사적 중요성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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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라는걸 지식백과사전에 등재된대로 곧이곧대로 해석하는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글을 보더라도 각자 사람마다 다양한 주관적 견해로 해석할 수 있지만, 어쨋든 작가의 의도이든 아니든 도움을 얻어야 하는건 동의한다. 하지만 그 도움을 받더라도 개인이 주관적 해석을 할 수 있는것 또한 시라는 장르의 매력인것 같다.


다만, 확실한건 나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굉장히 내용자체가 아름답고 예쁜 단어들의 나열이라는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