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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스마트폰 기종이 나오고, 새로운 패션이 생기는 급변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사용하는 말 혹은 단어는 더욱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유행어', '신조어' 같은 말들은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또 새로운 단어가 생기고, 그거에 또 익숙해질때쯤 또 새로운 말들이 생겨나 우리를 헷갈리게 하곤한다. 


이러한 유행어나 신조어가 비단 반드시 나쁜다 라고 말할순 없는게 이러한 새로운 단어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그 시대에 맞은 하나의 언어적 유산이며, 또 그 언어는 본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오래된 암묵적 약속이며 하나의 합의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에서 파생되는 하나의 문화들을 나는 절대 부정하진 않는 신념을 가지고 살았으나, 이런 내게 항상 눈엣가시같은 유행어가 있다.


바로 '오글', '오그라듦',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다.



이미 몇년전 '오그라든다'는 말은 문학을 죽이는 독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어느 시인이 이야기했다. 애초에 오그라든다는 말은 '물체가 오목하게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간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정확한 출처는 아니고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oo같은 행동을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겠다'에서 파생된걸로 알고있다.


정확히 어디서 시작된 단어인지, 누가 먼저 사용한건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하나 확실한 사실은 이 오그라든다는 말로 인해 우리나라의 문학계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들이 오그라든다 라는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얼굴 붉히게 되는 낯뜨거운 말이 되고,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배려하는 진지하고 무거운 말들이 이 한마디에 그 의미들이 사르르 녹아내려 버리는 그야말로 낭만과 멋이 사라지고 가벼움만이 남은 슬픈 시대.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아름다운 서정적 노래를 듣지 않고,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로 채워진 소설이나 시집을 멀리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


누군가는 말한다. '어차피 장난으로 하는말인데 뭐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래? 신경과민이야~'


실제로 누구든 오그라든다는 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절대 없다. 단지 순간의 낯뜨거움 정도? 하지만, 그 한마디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수없이 많은 짤방들을 양산해냈고, 리플을 장식했으며, 실제로 앞서말한 '오그라든다는 말은 문학의 독'이라는 글이 많은 커뮤니티에 언급되어 회자된걸 보면 다른이들도 나와같이 점점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수준이라는걸 알 수 있다.


단순히 '오그라든다'라는 말은 별거 아니지만 그 오그라든다는 말로 인해 생겨나는 끝없이 가벼워진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들. 특히 유행어나 신조어에 민감한 어린 친구들에겐 더욱 더 민감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 가장 고민이 많고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건 자신보다 윗사람(예를들어 부모님)이나 또래들과의 끊임없는 대화 즉 소통인데, 오그라든다는 그 단순한 말한마디에 진지함을 담은 건설적인 대화들이 굳게 닫혀버리고 마는것이다.


이러한 오그라든다는 말에서 나오게 되는 그 가벼움의 문화 파급력 사례를 한가지 더 말하자면, '중2병', '허세'로 들수 있겠다. 



(물론 예외적인 이들도 있지만) 세상 모든이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표현하는게 서툴고 두려우며 어색할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만의 생각과 표현방식이 있는데 이 오그라든다는 말은 철저히 각 개인의 표현방식과 감성을 무참히 짓밟은 너무나 큰 장벽같은, 언어적 사고를 가벼움, 그들이 말하는 '쿨함'이라는 틀에 가두어버리는 무서운 단어이기에 나는 이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나는 그들이 쿨하다고 여기는 그 가벼운 말들도 좋지만, 가끔은 진지함이 섞인 건설적인 말들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모든이에게 진지함을 원하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가벼운걸 싫어하고 진지함이 섞인 이들을 조롱하고 분위기를 다운시켰다고 탓하는 이 세태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시대적인 문화의 반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옛날 개인들의 감성을 표현하는 창구의 끝판왕 '싸이월드'가 요즘시대에 와서 조롱거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어릴적 하루의 일과 그리고 본인이 느낀 모든 감정을 모두 털어놓는 일기장을 생각해보자. 아무리 가볍고 쿨함을 지향하는 시대라 하더라고 누구나 마음 한구석엔 감성적 배설을 희망하는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기본적인 배설욕구를 방해하는 단어는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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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과 낭만이 사라지고 가벼움과 쿨함만이 남은 타인과의 대화없는 이 삭막한 시대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리고 싶다. 

나는 이 '오그라든다'라는 말이 참 싫다.